서론
개인 노션 페이지에 매일 TIL을 적고 있는데, 큰 깨달음을 얻은 부분은 글로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다시 블로그 글을 쓰게 됐다. 이번엔 소마를 시작한 지가 벌써 5개월이 넘었는데, 기획 과정에서 깨달았던 것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아이템 회의
팀이 구성되고 시간이 없다고 느낀 나와 팀원들은 바로 프로젝트 주제를 결정하기로 했다.
일단 평소에 불편했던 점을 말하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아이템을 브레인스토밍으로 쏟아냈다. 여러 아이디어들 중에서 나왔던 아이디어가 일반인도 쉽게 디자인할 수 있고, 디자인한 옷을 판매,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가장 재밌어 보이기도 하고 소마에서 해볼 법 한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했다.
아이템 선정 과정에서의 문제점
제일 큰 문제는 시장, 경쟁사, pain point 등을 생각하지 않고 괜찮아 보이는, 소비자도 꽤 있을 것 같아 보여서 선정을 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팀이 이 아이템을 해야하는 이유, 아이템에 대한 팀의 배경 지식 등 생각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닌데 그걸 간과하고 아이템을 선정했다.
시장 조사가 꼭 필요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시장이 좋다면 뭘 해도 먹고 들어가지만, 시장이 좋지 않다면 아무리 잘해도 본전인 경우가 대다수다. 또한 경쟁사보다 몇 배는 잘 만들어야 경쟁사의 고객을 유입시킬 수 있다.
여러 멘토님을 만나서 우리 아이템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우리 팀조차 우리가 왜 이걸 하는지, 누구의 문제를 해결해주는지, 배경 지식(옷을 제작하는 과정 등)이 있는지 등에 대한 의문에 답을 제대로 못했고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아이템 선정을 하기로 했다.
시간 낭비를 한 것 같지만 이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많다.
- 누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가?
- 사용자의 문제에 대한 고통 정도가 큰가?
- 고통의 빈도는 높은가?
- 시장이 좋은가?
- 시장이 성장 중인가?
- 우리 팀이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아이템에 대한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
- 경쟁사보다 10배 좋게 만들 수 있나?
- 상대방이 우리의 핵심 기능을 쉽게 copy 할 수 있나?
- 등등..
이 중에서도 시장이 제일 중요한 것 같고, 이미 있는 아이디어들에서 한 개의 pain point만 10배 좋게 바꿔도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10배 좋게가 쉽지 않겠지만,,
다시 처음으로
디자인 씽킹 교육을 들었음에도 아이템 선정을 멋대로 했다는 사실이 되게 웃겼지만, 그래도 빨리 깨달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처음으로 돌아갔다.
고객 선정
일단 문제 정의라 할 수 있는 고객을 선정해봤다.
재밌는 고객들이 많이 나왔는데, 제일 크게 느낀 건 이렇게 고객이 많은데 대충 괜찮고 재밌을 것 같은 아이템으로 정했던 걸 생각하면 웃음만 나왔다.
고객을 더 많이 낼 수 있었지만, 이 많은 고객 중에서 합리적인 하나를 골라 솔루션을 내야 했기 때문에 이 정도 수준에서 멈췄다.
고통의 크기와 빈도에 맞게 정렬하기
고통의 크기와 빈도를 결정해본 결과 생각보다 괜찮은 고객이 여럿 있었다.
문제 해결 방법
빈도와 크기가 높은 고객에 대해서 솔루션을 몇 개씩 냈다.
이런 식으로 2분 정도 시간 동안 한 고객에 대해 솔루션을 내고 투표를 해서 고객을 선정했다.
솔루션 쏟아내기
솔루션이 여럿 나왔던 4명으로 고객을 줄이고 그 4명에 대해 계속 솔루션을 냈다.
카테고리 별로 솔루션을 묶고 제일 괜찮은 것으로 선택을 했다.
소마가 기간도 길지 않고 쉽게 지칠 수 있는 구조라서 다 같이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재밌고 의미 있게 걷고 싶은 사람을 고객으로 선정을 했다.
그런데.....
또 처음으로..?
사실 위에서 선정한 "재밌고 의미 있게(?) 걷고 싶은 사람" 은 쉬면서 얘기하다가 나왔던 고객이다. 심지어 고객보다 솔루션이 먼저 나왔기도 했고, 재미로 말하다가 맘에 들어서 선정한 느낌이 컸다(학습 능력 0)
내가 생각했을 때는 모두가 맘에 드는 아이디어 같기도 했고, 걷기 컨셉을 가지고 여러 곳에 적용시킬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처음 나온 게임 요소의 아이디어라 맘에 들었던 것 같아서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뜻밖의 수확
이틀 동안 쉬지 않고 머리를 쓰면서 정했는데, 다시 정할 생각에 다들 힘든 상태였다. 이렇게 머리가 고객 선정, 문제 해결로 절여진(?) 상태에서 같이 밥을 먹다가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팀원이 부모님께 음식 사진을 보내는 것을 봤다. 가족 얘기를 하던 중 가족이 다 같이 쓸 수 있는 서비스는 어떨까 하고 생각이 머릿속으로 스쳐갔다. 팀원도 마찬가지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고 지금까지 했던 프로세스대로 솔루션을 쏟아내 보니 꽤 괜찮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모두가 맘에 드는 주제이기도 했고, 주제를 정한 팀들이 여럿 있어서 빨리 세부 기획을 하지 않으면 소마 과정 동안 서비스 출시도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주제를 확정했다.
느낀 점
아이템을 피봇 하고 선정하는 과정에서 거의 한 달을 썼는데, 그만큼 기반이 탄탄해진 것 같고, 세부 기획을 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또한 소마가 끝나고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합리적으로 주제를 선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고객 선정부터 진행해서 나왔던 아이디어는 아니었지만, 뜻 밖에 튀어나온 주제에 대해서 다시 검증을 해보고 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인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운도 따랐던 것 같다.
역시 모든 건 어느 정도의 융통성과 운이 필요한 것 같다!